학습자료실

[보충자료] 관료
Date. 2008.01.07

관료

관료의 어원인 ‘뷰로(bureau)’는 원래 책상이나 탁자를 덮던 천이란 뜻이었다. 이것이 17세기 개폐식 서랍이 달린 큰 책상이란 뜻으로 변했다. 이어 이 큰 책상에 앉아 공무를 집행하는 관리를 칭해 ‘관료(bureaucrat)’란 단어가 생겨났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관료란 (개인의) 사유재산을 지켜 주고 국가·국민에의 봉사를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일본 메이지(明治)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공적인 자리에서 땀을 닦는 것만으로도 스승에게 무진 매를 맞았다. 공적인 일을 할 때의 땀 닦는 행위는 ‘사(私)’라는 이유에서다.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하튼 옛적부터 관료란 국민의 공복(公僕)이란 개념이 강했다.

 

 고대 중국의 경우에서 보듯 거대하고 복잡한 국가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선 관료제는 불가피한 존재였다. 그러나 관료가 국가 운영의 권한을 과다하게 행사하려 하고 내부 자리다툼, 관할다툼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오히려 부담을 준 경우도 허다하다. “나를 따르라”며 깃발 관광부대 안내원처럼 행세하던 일본의 대장성 관료들의 관존민비(官尊民卑) 의식은 일본 민간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더 이상 공복이라 할 수 없었다. 앨빈 토플러는 관료의 오만을 “보이지 않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3일 국정홍보처가 인수위 보고에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홍보처가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한 기자실 대못질 등에 대한 자기 정당화다. 김창호 처장은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해 ‘관료란 어느 정부에서나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치더라도 굳은 소신을 갖고 일하는 다수의 공무원을 베버의 한마디로 욕되게 해서 되겠는가. 또 하나. 국정홍보처가 그렇게 떠받드는 베버가 그런 말만 했을까. 베버는 “조직 전체의 목표가 개인의 목표에 의해 전도된다” “상관 지시에 무조건 영합하며, 책임을 지기보다는 전가하는 무사안일한 행태를 보인다”며 관료의 역기능을 지적했다. 베버의 말로 면피할 생각 하지 말고 베버가 우려한 함정에 빠졌었음을 시인하는 게 우선 아닐까.

 

 관료와 기업, 관료와 사회는 마치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가 서로 상대방의 특징을 닮는 것처럼 어차피 서로 닮아가야 하는 시대 상황에 처해 있다. 기업과 사회는 눈이 팽팽 돌아가도록 변해 가는데 관료는 어찌 17세기 큰 책상에 앉아 19세기 베버 타령만 하고 있는가.

[중앙일보] 김현기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