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돼 한국 경제와 사회는 지금과 전혀 다르게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FTA에는 한·미 양국의 관세를 철폐하거나 대폭 낮출 뿐 아니라 서비스, 금융, 방송·통신, 교육 등 각 분야의 시장개방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장개방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미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경쟁에서 밀린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하고 대량 실직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거시경제의 변화=대외정책경제연구원(KIEP)은 한·미 FTA가 타결되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는 29억달러(0.42%), 중장기적으로는 135억달러(1.99%)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 대미수출은 흑자폭이 51억달러 감소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생산이 27조원 늘어 고용창출 효과는 10만4000명으로 예상됐다. 가장 타격이 큰 농업의 경우 생산이 2조원 감소하고 대미수입은 189% 늘어난다.
물론 거시경제 예상치는 분석기관마다 크게 다르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30일 협상타결에 따라 농산품 최소 20억달러, 자동차 관련 세수 40억달러 등 최소 72억2000만달러 손해를 보는 대신 이익은 최대 9억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동시에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에 더욱 밀접히 연동된다. 한국의 대외신뢰도가 높아지고 안보리스크는 크게 줄겠지만, 미국 경제의 위기가 여과없이 밀려오면 제어할 능력이 거의 없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사회·경제적 변화=선진화 단계가 미국보다 느려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에 따른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경제·사회 시스템의 선진화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서비스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긍정적 효과는 한동안 쉽게 보이지 않겠지만 부정적 효과는 구체적으로 금방 나타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농가 피해가 크다. 축산 낙농 곡물 과일 채소 잎담배 꿀 인삼 등 주요 농산품 대부분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식량안보, 홍수방지, 환경보존 등 농업부문이 담당했던 공익적 기능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FTA 농어업 특별법 제정 등으로 극복할 계획이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생산성이 높고 선진적 경영기법을 갖춘 미국 기업과 직접 경쟁을 해야하는 서비스업 분야의 전면적 개편도 예상된다. 박순찬 공주대 교수는 “금융 보험 부동산 산업에서 2000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미국은 176.9에 달했다”면서 “심지어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생산성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본규모가 작은 한국 중소 서비스업체는 가격 및 품질 경쟁에서 뒤떨어져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로 발생할 실업자 수를 산자부는 8000∼6만8000명, KIEP는 단기적으로 8만5000명을 예상한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각종 제도 변화와 급격한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계층 세대 지역간 대립이 심화될 수 있다”며 “한·미 FTA는 타결보다 관리가 성공의 관건이므로 각 분야에서 정책과제를 신속히 찾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