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명찰제
“자녀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통제·감시 사회의 전초(前哨)다.”
이르면 오는 2학기부터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하교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전자명찰제’를 놓고 찬반(贊反)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주로 학부모들이다. 자녀의 움직임을 즉각 알 수 있어 혹시 모를 범죄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정보 유출 및 인권침해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전자명찰은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 형태의 명찰에 무선인식 칩(RFID)을 내장해 교문이나 교실을 통과할 때 설치된 감식기가 감지,
그 시각을 부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이동통신 서비스다. 출결·조퇴 상황을 교사가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거나 자녀가 부모를
속일 여지가 없어지는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도서 대출 상황, 학생건강관리 등 주요 학교생활 정보도 담을 수 있다.
전자명찰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은 KT(한국통신)다. KT는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내 560개 초등학교에 ‘비즈메카 키즈
케어’라는 명칭의 어린이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T는 또 최근 부산시교육청과 합작해 전자명찰과 인터넷 수업, 교내폭력 감시 웹카메라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유비쿼터스 스쿨’
시연회를 열고, 부산시내 일부 학교에서 이 ‘전자명찰’ 시범 실시에 들어갔다. KT측은 학교마다 수천 만원대에 이르는 장비 설치와
유지관리, 교사들의 학부모 통신용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학부모로부터 문자 이용료와 어린이 상해보험료 등을
포함한 요금으로 월 3000원을 받겠다고 밝혔다.
서울 M초등학교가 지난달 KT의 전자명찰 서비스 희망자를 조사한 결과, 전교생 1800여명 중 절반인 9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신청했다. 실제로 찬성비율은 신청자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김모씨는 “요즘 같이 범죄가 많은 세상에 자녀의 등·하교 시각만이라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훨씬 안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생 딸을 둔 이모씨 역시 “월 3000원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적극 신청하겠다”며 “학교뿐
아니라 밤늦게 학원에 다닐 때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는 8일 “공교육이 책임져야 할 등·하교 안전을 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한 기업의 상술에
맡기겠다는 것이냐”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또 “학생을 과도하게 감시·통제해 인권침해 우려가 있고, 자녀와 학부모의 개인정보가
중앙에 집적되면 정보 대량 유출 등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반대 여론이 거세자 서울시교육청은 KT측과 체결했던 사업 양해각서를 8일 서둘러 취소하고, “앞으로 어떤 사업자와도 전자명찰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는 손을 떼는 대신, 전자명찰 도입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학교들이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정시행기자 polygon@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