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료실

[보충자료] 사다리차 엄마들 추락` 목격한 초등생들 `트라우마`에서 구하라
Date. 2007.05.21
소방 안전 체험학습 도중 학부모 추락 사고가 발생한 서울 원묵초등학교 운동장 사고 현장에 18일 추모의 꽃이 놓여져 있다.오종택 기자 18일 오전 9시 서울 중랑구 원묵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 이 반 학생 36명은 하루 전 소방안전훈련 도중 굴절사다리차의 와이어가 끊어져 학부모 두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당한 현장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 가슴에 근조(謹弔) 리본을 단 어린이들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그 사이로 여덟 책상은 비어 있었다. 엄마가 사고를 당한 세 어린이와 사고 충격으로 등교하지 못한 어린이들의 자리였다. 사고 후 첫 수업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어 사고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동심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집단기억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 고복자 부장과 동부교육청 청소년상담센터 김경아 상담원이 맡았다. "두 손을 가슴에 모아 보세요. 숨을 깊이 쉰 뒤 한쪽 손씩 번갈아 가슴을 두드리세요." 어린이용 안구운동법(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 Reprocessing)이었다. 이 동작을 하면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열심히 따라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벌써 장난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누가 일어나서 어제 일어난 일을 말해 봐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을 해서 떨쳐내는 거예요." 어린이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손을 들고 일어선 박모(11)군은 "자꾸 생각이 나서 잠을 잘 못 잤어요"라고 말했다. 악몽도 꿨다. "친구 엄마들이 꿈에 나타났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발표에 이어 고 부장은 A4 용지를 한 장씩 나눠줬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그려 보세요." 그림치료 프로그램이었다. 억눌리거나 불안한 기억을 그림으로 표출시켜 마음에서 털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선뜻 연필을 잡지 못했다. 한참 만에 나온 그림은 굴절사다리차와 추락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사다리의 바구니가 뒤집히고 친구 엄마가 떨어지는 장면, 모자를 쓴 긴 머리의 또다른 학부모가 와이어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있는 장면 등을 그렸다. 사고와 직접 연관됐던 사다리와 바스켓.와이어는 아주 세밀하게 묘사했다. 땅에 쓰러져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도 있었다. 그림 옆에 \`놀이공원에 가면 죽을 것 같다\`고 적는 학생도 있었다. 사다리와 거꾸로 매달린 바스켓을 그린 이모군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어린이들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대부분 이런 그림을 그렸다면 집단적 외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심호흡과 함께 두 손을 모아 가슴을 두드리는 동작을 하며 40분에 걸친 수업은 끝났다. 치료 프로그램을 마친 어린이들은 "마음이 조금 안정됐다" "치료가 끝나니 머리가 상쾌해졌다"고 말했다. 고 부장은 "최악인 상태인데 앞으로도 서너 차례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희 가천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흔히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라\`고 말하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표현해 배출하게 해야 한다"며 "며칠 안에 호전되지 않을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 강대희 교장을 18일 직위해제했다. 출처 : 중앙일보 , 천인성.이종찬.한은화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