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중국계 미국 변호사 고든 창이 ‘중국의 몰락’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한 농부가 추위에 얼어붙은 뱀을 가엾게 여겨 가슴에 품어 살려 놨더니 그 뱀이 농부를 물어 죽인다는 이솝 우화를 소개했다. 경제 기적에 가린 중국의 허상(虛像)을 거기 빗대 “중국 사회주의는 결국 자본주의적 개혁·개방이라는 뱀에게 물려 죽는 농부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중국의 자본주의 개혁·개방은 그러나 ‘중단 없는 전진’을 계속해 왔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이후 82년 헌법에 사유재산 개념이 도입됐고 85년 상속법, 99년엔 계약법이 잇따라 제정됐다. 엊그제 폐막한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선 드디어 자본주의 민법제도의 핵심인 물권법(物權法)까지 통과됐다. 사유재산을 국·공유 재산과 똑같이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경제 쪽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선언이다.
1993년부터 시작된 물권법 기초작업은 길고 험한 길이었다. 중국 정부는 독일, 프랑스, 일본의 민법과 최신 학설, 판례까지 샅샅이 끌어모아 연구했다. 중국 민법학계의 이름난 학자들도 총동원됐다. 작년엔 지도부가 법안을 상정하려 하자 극좌파들이 “사회주의체제의 근본을 위협한다”며 격렬히 막아 보류됐다. 곡절 끝에 물권법은 올해 97% 찬성을 얻었다. 강경파도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다.
물권법의 가장 큰 의의는 토지사용권 시한 연장이다. 모든 토지가 국유인 중국은 주택 70년, 공장 50년, 상가 40년씩 사용기간을 정해 개인이 국가로부터 빌려 써 왔다. 물권법은 이 사용기간이 끝나더라도 자동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개인의 토지 소유를 인정하고 ‘토지 국유’라는 사회주의 기둥을 스스로 허문 것이다.
물권법이 중국의 큰 골칫거리 빈부격차를 더 키울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다. 이미 재산을 많이 모은 부자들이 기득권을 법으로 보호받아 더 빠른 속도로 재산을 불려 가면서 빈곤층과의 격차를 한층 벌릴 것이라는 얘기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구호 ‘向前看’(앞을 향해 달린다)이 ‘向錢看’(돈을 향해 달린다)으로 바뀌었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인민대표자대회는 “이제 중국이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는 논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개혁·개방을 더욱 힘차게 밀고 나가겠다고 안팎에 공언한 것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갈수록 버거운 거인으로 커 가고 있다.